- 기억은 흐릿해도 감정은 선명한 그 장면들을 색으로 그려보다 -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릿속에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낯선 이미지가 맴돌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꿈에서 본 장면은 자주 잊히지만,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종종 하루 종일 마음을 지배하곤 하죠.
불안했는지, 무서웠는지, 아니면 평온했는지.
꿈은 설명하기 어려운 이미지의 연속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감정이 진하게 깔려 있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감정에 주목해,
꿈에서 본 이미지를 감정 중심으로 추상 드로잉으로 재해석한 실험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정확한 장면을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꿈이 남긴 감정의 흔적을 손끝으로 따라가며
그날의 꿈을 내 안에서 다시 표현해보는 창작의 경험입니다.
기억보다 감정을 먼저 떠올리기 : 꿈이라는 비언어적 기억의 본질
꿈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장면을 기억하려 애씁니다.
“누가 나왔더라?”, “어디였더라?”, “무슨 일이 있었지?”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기억은 어렴풋하고 잘 잡히지 않죠.
대신 희미한 이미지 너머에 남아 있는 건 꿈이 끝났을 때의 감정입니다.
그 감정은 종종 현실보다 더 진하게 남아,
하루의 감정선을 바꾸곤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꿈은 드로잉의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은 흐릿해도 감정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꿈을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 속 나의 무의식을 알아차리는 감정 인식의 도구가 됩니다.
실제로 꿈에서 낯선 숲을 걷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푸르지만 어두웠고, 누군가를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죠.
그럼에도 그 꿈이 남긴 감정은 확실했습니다.
불안과 동시에 묘한 평온함.
이 이질적인 감정은 그림으로 표현했을 때
의외로 쉽게 그려졌습니다.
검은색 나뭇가지 형태의 선 위에 청록색과 회색이 섞여 퍼졌고,
그 위에 투명한 노란색 점을 흩뿌렸습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꿈은 감정을 통과해 표현되는 이미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꿈의 감정을 색으로 번역하는 과정 : 언어 없이 기억을 따라가기
꿈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중요한 건 정확한 묘사가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색과 형태로 번역할 것인가입니다.
이때 드로잉은 일종의 감정 지도처럼 작동합니다.
기억을 재구성하지 않고,
단지 감정에 머무르며 손이 가는 색과 움직임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내 무의식이 바라본 세상을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복해서 꾸는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좁은 방 안에 혼자 있는 장면인데,
방 안은 낯익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고,
주변은 온통 회색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무섭기보다는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 감정을 드로잉으로 옮길 때
정확한 방 구조를 그리는 대신
회색과 흑청색이 겹겹이 둘러싸는 구조를 만들고
중앙에는 작고 희미한 노란 점 하나만을 남겨뒀습니다.
그림은 매우 단순했지만,
그 꿈이 주는 감정 - 고립과 감시, 동시에 보호받는 느낌이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표현 과정에서의 감정 몰입입니다.
기억이 흐릿하더라도
그 순간 나를 감싸던 분위기, 피부로 느껴진 온도,
주변의 빛과 소리를 상상하며 손을 움직이면
색은 자연스럽게 감정과 연결되고,
형태는 생각보다 쉽게 떠오르게 됩니다.
이러한 비언어적 창작은 감정을 의식 위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하며,
단지 추억의 재현이 아닌 감정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일상 속 자기 치유의 미술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드로잉을 통한 감정 해석의 확장 : 꿈 속 나와 현실의 나를 잇는 선
이처럼 꿈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단지 미술 활동에 그치지 않고,
꿈을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이 됩니다.
꿈 해석이란 원래 무의식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심리학의 일부이지만,
드로잉이라는 행위는
그 해석을 더욱 감각적으로 체화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꿈에서
계단을 계속 내려가다가 갑자기 하늘을 나는 장면으로 전환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은 조각나 있었지만,
감정은 명확히 두 가지였습니다.
두려움과 해방감.
그림을 그릴 땐
선이 아래로 꼬이고 점점 진해지다가
화면의 위쪽에서 붓을 크게 움직이며
밝은 색을 겹치게 칠했습니다.
그림을 마주하고 나서야
“이 꿈은 현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의식의 갈망”이라는
감정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이처럼 감정 기반 드로잉은
꿈의 의미를 분석하는 기존의 방식보다
더 정서적으로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루트를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꿈을 기록해 나가면
그 안에서 나만의 감정 패턴이 드러나게 되며,
그 자체가 하나의 감정 일기이자 자기이해의 시각적 문서로 발전하게 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감정 기반 꿈 드로잉’ 실천법
이 드로잉 실험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 실력이 없어도 전혀 문제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감정과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입니다.
다음은 하루 10분, 꿈을 감정으로 풀어보는 간단한 루틴입니다.
감정 중심 꿈 드로잉 루틴 예시
1. 꿈에서 느꼈던 감정을 단어로 떠올리기
예 : 답답함 / 설렘 / 이상함 / 고요함 / 두려움
2. 감정에 어울리는 색을 고르기
예 : 두려움 → 회색, 검정
설렘 → 분홍, 노랑
고요함 → 파란색, 연하늘색
3. 종이에 선·점·면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 선 : 꿈의 흐름
● 점 : 기억의 파편
● 면 : 분위기 또는 배경 감정
4. 짧은 문장 혹은 제목 붙이기
예 : 《나는 나를 보고 있었다》
《익숙한 낯섦》
《꿈과 나 사이의 흐릿한 거리》
이 과정을 매일 이어가면
단지 꿈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무의식을 시각화하고 수집하는 작업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적될수록
내 안의 심리 지도이자 창작의 소재로도 확장됩니다.
가끔은 꿈보다,
꿈을 그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진짜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건 아마
꿈 속 감정이 그림을 통해 현실의 감각으로 되살아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꿈은 금방 잊히지만,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우리의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 감정을 꺼내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이며,
그림은 말보다 조용하게 나를 설명해줍니다.
오늘 아침 당신이 꾼 꿈을 기억하나요?
그 감정 하나만 떠올려, 지금 색으로 옮겨보세요.
그건 이미 당신만의 첫 번째 ‘꿈의 감정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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