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빨래와 함께 흔들리는 마음의 결햇살 좋은 오후, 베란다나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 행위는 많은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일 뿐이다. 하지만 예민한 감성과 시선을 가진 사람은 이 순간을 단순한 집안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빨래를 너는 행위에는 반복적인 움직임과 일정한 흐름, 그리고 자연이 개입하는 물리적 요소들이 함께 얽혀 있다. 특히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천이 흔들리는 모습은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인 조형성을 만들어내며, 그 자체로 추상미술적인 요소를 내포하게 된다. 천의 재질과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주름, 햇빛을 통과하며 생기는 그림자의 농담, 그리고 여러 옷감이 나란히 걸려 있을 때 발생하는 리듬감은 시각적인 ‘질서 없는 질서’로 나타난다. 예술가의 눈은 이러한 움직임에..